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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만 좋으면 뭐하나!

2019년 05월 12일(일) 12:39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김중위- 前 4선의원·환경부장관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20여 년 전에 우연히 필자는 “노자철학 이것이다”라는 책을 접한 적이 있었다.
본문을 읽기 전에 서문부터 읽기 시작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노자에 대한 해설이 먼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펼친 책의 첫 장에서 부터 내용을 알 수 없는 욕설이 튀어 나왔다.
제자(弟子)인 듯 한 사람이 얼마나 자신을 배반했는지 모르겠지만 실명을 거론하면서 욕하는 내용으로부터 그 책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조금은 불쾌한 기분으로 몇 장을 넘기면서 보니까 이제는 제자를 지나 자신의 은사와 봉직했던 대학의 총장까지를 싸잡아 마구 잡이로 욕설과 원망과 비난과 저주로 뒤덮는 장면이 무려 수십 페이지에 이르도록 이어졌다.
이제는 더 이상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책을 북북 찢어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말았다.
그 좋은 학벌과 그 해박한 지식에 걸맞는 책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뒤에 그 저자(著者)는 무슨 청나라 옷인지 당나라 옷인지 모를 이상야릇한 옷을 입고 텔레비전에 나와 노자강의를 한다기에 자못 신기한 눈으로 그 장면을 유심히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때도 필자는 노자강의를 저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에 그만 텔레비전을 꺼버린 적이 있다.
학벌이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 싶은 생각에서였다.
또 오래전 얘기이긴 하지만 무슨 대학교수 출신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 성기와 여성 성기 사진을 올렸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것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음란물이라고 판정된 사진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남성 성기 사진만을 올렸다가 누리꾼들의 비난이 잦아지자 이를 삭제하고 19세기 리얼리즘 화가인 구스타브 쿠르베가 여성 성기에 포커스를 맞춘 나체 그림 〈세상의 근원〉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고 한다.
필자도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어떤 네티즌이 도저히 부끄러워 그대로 올릴 수 없어 수건으로 앞을 가렸다고 하면서 문제의 나체사진을 올려놓고 방송위원이란 사람이 이래도 되는가 하고 묻고 있었다.
이미 쿠르베의 그림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의 성향을 들어 낸 것인지도 모른다.
쿠르베라는 화가 자신이 교만하기 이를 데 없는 유아독존(唯我獨尊)적인 사회적 반항아로 파리코뮌 당시에는 예술가연합회회장으로 활약한 바도 있는 화가였으니 말이다.
결국 훗날에는 스위스로 망명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쿠르베를 동경한 나머지 그의 그림을 선택한 것일까?
허구 많은 나체 그림 중에 하필 그의 그림을 택했을까를 문득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하튼 너무나 어이가 없는 일이다. 그 블로그의 주인공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하는 사람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법률전문가다.
이는 곧 정의를 생명처럼 알고 실천해 나가는 직업의 소유자라는 얘기다.
그는 또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교육자요 학자다.
민주당의 추천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이 또한 방송이 담당해야할 사회적 윤리에 책임을 다해야할 재판관과 같은 위치에 있는 지성인이다.
그런 사람이 방통위에서 음란물로 판정을 했느냐와 관계없이 누가 보아도 부끄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림이나 사진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는 사실은 그가 위치하고 있는 개인의 양심으로 돌아가 살펴보더라도 정상에서 대단히 일탈(逸脫)된 행위가 아닌가 싶다.
자신은 이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고 싶었다고 변명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어느 표현의 자유가 공공성(公共性)을 파괴하면서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민의 당연한 의무인 병역의무까지도 회피하기 위해 국적마저 버린 사람이 어떻게 변호사로서 법률을 옹호하고 국민 각개인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며 교수의 자격으로 강단에 서는 사람이 적나라한 성기를 앞세워 어떻게 학생을 가르칠 것이며 학자로서는 또 어떻게 ‘표현의 자유’를 논할 것인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자신이 게시한 사진은 방통위에서 자신만을 빼고 모두가 음란물로 판정한 사진이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이미 그 사진은 어떤 블로그에도 게시할 수 없다고 자신이 속한 위원회에서 다수결로 결론이 나있는 사안이었다.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게시할 수 없는 사진이고 이를 공개하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어있는 사진이다.
이런 정황을 뻔히 알고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행위는 자신이야 무슨 변명을 하건 명백한 불법행위로서 엄격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인터넷에서 어떤 이는 그를 향해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비난의 글을 올린 사람도 있는 것을 본다.
이런 사회적 감정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사회에는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학벌만 좋으면 뭐하나 싶다. 문제는 인간 됨됨이다.
학벌이 좋으면 뭐하고 지위가 높으면 뭐하나!
인간 됨됨이가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보다 못하면 어디에 쓸모가 있겠는가?
이런 사람을 추천한 민주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 후보에 대한 자격검증을 하는 것을 보면 추상같던 민주당이 정작 자신들이 추천하는 공직후보에 대해서는 아무런 자격검증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기모순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민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의원들이 물었다. “천안함 폭침이 누구의 소행이라 생각하느냐?”라고…
돌아 온 답변은 “정부의 발표는 받아들이지만 직접 보지 않아서 북한 소행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였다.
위장전입 횟수도 남보다 많은 그였다.
재판을 해야 하는 법관이 될 사람이 법 어기기를 식은 죽 먹 듯하고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지 않은 사건은 어느 경우에도 그 해결책을 찾아 낼 수 없을 정도의 사람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민주당은 추천했던 것일까?
야당의 인사추천은 정부의 인사 추천보다는 훨씬 더 엄격하고 훨씬 더 신중하고 훨씬 더 순수함으로써 수준 높은 인사가 발탁되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 민주당이 택해야할 정도(正道)가 아닐까 싶다.
작년 천안함 폭침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민, 관 합동조사단의 구성 때에도 민주당이 추천한 사람의 행태를 보면 민주당의 인사추천이 얼마나 부실한가를 알만하다. 민, 관 합동조사위원회에 한번밖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조사단의 공식결과가 있은 후에 자기 멋대로 횡설수설했다는 얘기를 들어 보면 가관이기가 이를 데 없다. “천안함은 미국 군함으로 추측되는 선체와 충돌해 침몰했는데 정부가 이를 숨기고 있다”는 헛소리를 했다는 얘기 말이다.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자 당시 민주당의 원내대표인 이강래 의원마저 “신씨를 누가 추천했는지 그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실토를 하였다.
원내대표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민주당의 추천으로 그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되었을까가 지금까지 의문이다.
민주당을 청문회에 회부해야할 판이다.

봉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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