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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만 있고 인격이 없는 사회

2018년 10월 07일(일) 14:12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박하식- 소설가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맹자(맹자 1장)가 양혜왕을 만났을 때, 왕은 장차 나라의 이익을 물었다.
“왕은 하필이면 이(利)를 말하십니까? 인간에겐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이 나라의 이익을 취하시면 사대부는 자기 집 이익을 생각하고, 선비들은 자기 몸 이익을 추구하고, 만백성들이 자기 이익만을 쫓으면 나라는 텅 빕니다.” 그런 이익만을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큰 결함은 돈과 수치에만 있고, 인간의 인격과 명리(命理)는 없는데 있다.
유교 윤리에는 사농공상(士農工商)중 상업(자본주의)을 제일 천하게 여겼다. 상업은 부모형제 간에도 속여 자기 이득을 취하는 거짓말을 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을 고를 때, 그 조상을 물었다. 누구의 후손이고, 할아버지가 누구였고, 부모가 누구인가를 따졌다. 그 핏줄로 사람의 인격판단을 했다. 양반의 자식은 개똥행세를 해도 언제나 양반이고, 백정의 자식은 어진 인품이라 해도 언제나 백정의 자식을 못 면했다.
인간을 죽은 부모의 뼈다귀로 따지는 세상은 백번 옳지 못한 일이었다. 지금 세상은 사람을 고를 때 먼저 학벌을 묻는다. 일류학교를 나왔느냐 묻고 다음은 직장을 묻는다. 직장의 우열을 따진 다음 월급을 얼마나 받느냐고 묻는다.
의대출신이나 행정고시를 합격했다하면 따지지도 묻지도 않는다.
사시 합격자라면 더욱 존경하며 하늘처럼 우러러본다. 국회의원이나 시장에 출마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표가 우르르 쏟아지는 국민이다. 의사는 개업을 하면 돈 가리에 앉아있고, 사시·행시는 권력과 법의 칼자루를 잡으면 돈 방석 위에 올라 앉아 영화를 누린다.
위법과 탈법은 정치배경에, 양심만 합리화하면 안하무인이다.
인격과 도덕성 같은 것은 숫자를 쌓아 가는데 오히려 저해요인이 되기 때문에 저버린다. 도대체 판검사들 월급이 얼마인데 정년 때가 되면 강남 아파트 몇 채에 수천억씩을 소유하고 처가와 친가가 모두 다 부자로 잘 사는지 모른다.
서울 땅 한 평에 1억 원이 아니라, 시멘트바닥 1평이 1억이 넘는다. 강남 아파트 한 채 팔면 시골 면소재지 논밭 한 구렁을 몽땅 사고도 돈이 남는다.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는 사회에서 서민들은 살 의욕을 잃고 허수아비처럼 서울 하늘만 쳐다본다. 말단공무원은 월급을 평생 한 푼 안 쓰고 모아도 강남 아파트 한 칸을 못 사보고 죽는, 사람값에 못 든다. 그런 나라에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채 산다. 돈으로 따지는 사회에서 돈이 없는 인격은 결혼을 못해보고 죽는다. 결혼을 해 자식을 낳고 산다 해도 남편이 돈이 없으면 주례 앞에서 “어떤 고통과 역경도 함께하며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며 살겠다”는 혼인서약서는 헌신짝으로 아내는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떠나버린다.
자본주의의 암 병은 무엇인가.
맹자가 말한 ‘숫자가 인격을 앞서는 것’ 때문이다.
교육은 경쟁뿐 친구도 없다. 인간이 상실된 인성교육을 한다. 경제는 고도의 성장을 했다. 못 가진 자들도 대체로 잘 입고 잘 먹고 배불리 산다.
그러나 그들에게 행복은 없다.
짐승들은 배부르고 환경이 좋으면 행복을 누린다. 그러나 인간은 짐승이 아니다.
잘 먹고 빠른 차를 타고 다니는 인간의 행복지수는, 해방 전 배 굶고 헐벗고 가난한 때만 못하다. 자본주의의 자유 평화 평등은 가진 자들만이 누린다. 이격이나 양심이 결여된 자들이 사회를 지배한다. 그들이 광명의 촛불을 들고, 대통령이 줄 감옥을 가고, 적폐청산을 천만번 한들 “내로남불”이다. 정의의 섭리가 없는 나라를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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