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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회 발전 방향에 대한 소견 (所見)

2019년 01월 13일(일) 14:23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김중위- 4선의원·前 환경부장관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헌정회가 법정 단체로 출범한 지가 이제 50년이 됐다.
그러나 헌정회 창립 50년이란 얘기는 형식논리요 법적 논리일 뿐 실제로는 제헌의원 모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헌정회가 처음 국회의원동우회로 출발 했었던 것처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제헌의회가 그 임무를 마치고 곧바로 헌법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제헌의원 모임을 결성해 헌정회의 모체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한말(韓末)의 의병이나 광 복군이 현 대한민국 국군의 모체가 돼 왔던 것과 같은 이치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헌정회 역사는 50년이 아니라 70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해야 마땅할 것 같다. 그런 자부심으로 헌정회를 가꾸어 가자라는 심정이 앞서 있음도 숨길 수 없는 고백이기도 하다.
여하튼 헌정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면서 과거를 뒤돌아보고 현재를 분석하면서 앞으로 해야 할 과제를 새롭게 모색해 보는 것은 결코 그 의의가 작지 않다고 여겨진다.
헌정회가 대한민국 헌정 70년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해온 존재임을 전제로 한다면 대한민국 헌정의 역사가 파란만장했던 것처럼 헌정회 역시 파란만장한 궤적의 연속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헌정회는 그 출발부터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임의 단체인 국회 의원동우회가 1968년에 창립되고 나서 10년이 지난 1979년에 가서야 겨우 사단법인화됐고 그마저도 보사부 등록 단체로 출범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60년대 말의 정치적 상황과 70년대 말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국회의원 출신들의 모임인 국회의원동우회는 불필요한 아니 그보다도 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까지 받아들여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80년대 말에 가서야 국회의원동우회가 대한민국 헌정회로 그 명칭이 개정되고 90년대에 들어와서야 겨우 헌정회육성법 제정과 함께 국회에 법인으로 등록되는 곡절을 겪은 것을 보면 헌정회 역시 민주화 과정의 궤적을 함께 밟았던 것으로 보인다.
초대 회장은 제헌의원과 국회의장을 역임한 곽상훈이 맡았다.
그리고 이어 2대 회장에 연세대학교 총장과 참의원 의장 출신인 백낙준과 같은, 당대 모두가 존경해 마지않았던 정계 거물이 회장을 맡고 있었던 것을 보면 대한민국 헌정회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 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시대적 상황과 궤를 같이하는 것일 뿐 그 시대가 위대해서 훌륭한 회장이 있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시대나 지도자는 시대에 맞는 지도자가 선임되기 마련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권위주의적 정치에 익숙해 있는 정치 상황이었기에 국민들은 카리스마가 있는 정치인을 선호하는 시대였다.
정치는 비록 엉망이었지만 높은 식견을 가진 정치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열광했고 존경하는 풍토도 살아 있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가고 지도자와 같은 수준의 식견을 갖는 국민으로 발돋움하자 이제는 지도자가 없는 시대로 변했다. 지도자(leader)가 추종자(follower)가 되고 추종자가 지도자가 되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기에 정치의 위상과 함께 헌정회의 위상도 종전과는 판이한 수준으로 자리매김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는 맞는 말이다.
국민들이 정치를 불신하는 만큼 헌정회 또한 덩달아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얘기다. 현실정치가 불신받고 있는 상황에서 헌정회만 국민적 신뢰를 받아 발전해 갈 수는 없다.
국회의 위상과 함께 초승달과 보름달의 모습으로 순환하면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헌정회는 국회에 비해 국민들 시야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는 형국이기에 원로회의 모습으로 의연하게 현실정치를 보완해 나아가면 어떨까 싶다.
원로회는 결코 양로원과 같을 수는 없다. 어떤 형태로건 현역 못지않은 정치적 사회적 공헌을 통해 위상을 제고하고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이 정한 바대로 민주헌정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깊고 치밀한 계획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헌법연구소’ 설립이다 헌법연구는 단순히 개헌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시대상황에 맞는 제도의 보완과 새로운 제도의 창제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시대는 전자시대, 인공지능시대, 죽음도 삶도 멋대로 창조해 가는 초자연적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과 영토도 그 개념이 변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에 의해 변화하는 4차 산업시대에 대처해야 할 인간의 문제와 다문화 국가로서 갖추어야 할 제반제도, 통일헌법의 연구, 헌법운영에 대한 연구가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매일매일 정치현장에서 여야가 쟁투할 수밖에 없는 국회에서 해야 할 수많은 연구를 헌정회가 수행해 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것이다. 선거제도와 지방자치에 대한 연구는 헌법연구에 당연히 뒤따라 오는 연구과제다. 필자는 헌정회 내 상설로 ‘헌법연구소’를 설립해 나라와 인간이 추구해야 할 기본가치를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가를 연구하고 토론해 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모든 정치의 본질을 다루자는 얘기다. 난민, 인구, 평등, 빈곤, 국경, 민족과 인종, 폭력, 통치, 종교대립 문제 등 현대 국가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한번 다뤄보자는 생각이다. 어떤 나라도 이런 유형의 연구소는 없다고 본다. 그것은 인문학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까지를 아우르지 않으면 안되는 연구이기 때문이다.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독지가의 후원이 있을지도 모를일이지 않은가!
두 번째는 국회와의 관계 정립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회를 떠나 헌정회는 존재할 수 없다. 단순히 국회에 등록된 단체라는 뜻만은 아니다. 정당 발전의 초석이 되고 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싱크 탱크로서의 헌정회가 된다면 국회 입장으로 봐서도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연구의 결과를 놓고 헌정회가 국회와의 접촉을 통해 제도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성공이다.
기존의 법률 중에 단 한 줄만 고칠 수 있어도 성공이다. 그러기에 연구를 성공시킬 수 있는 지름길은 바로 국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적인 차원을 넘어 관례의 형성만으로도 얼마든지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헌정회와 국회의 관계를 대학과 대학동창회 같은 관계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국회가 대학이 되고 헌정회가 동창회가 된다면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은 자동으로 동창회 회원이 되는 것처럼 관계 설정을 하자는 얘기다. 그렇게 된다면 국회 개원식이 동시에 헌정회 입회식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 관계를 통해 현역의원과 헌정회원 간의 일체 의식이 형성되고 또 이를 통해 상호 간의 스스럼없는 만남의 광장을 운영하는 방안이 강구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국회와 헌정회가 합동으로 세미나나 심포지엄을 여는 것도 바로 이런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제안하건 함께 어떤 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헌정 아카데미’ 설립이다. 이것은 일종의 정치대학이다. 지방의회 의원이나 정치지망생을 받아들여 대학을 운영하는 것이다. 정규 교육과정보다도 더 실속 있는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헌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지도자를 배출하자는 생각이다.
이론과 실무, 품격과 소통에서 남들보다 돋보이고 능통한 의회정치 지도자를 단 한 사람이라도 배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나라 의회정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몫이 될 것이다. 헌정아카데미 출신 국회의원과 그렇지 않은 국회의원의 능력과 품격은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의 인물들을 배출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마지막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헌정회가 되자는 것이다.
헌정회원 중에는 다양한 장기(長技)를 지니고 있는 회원들이 많다. 그런 장기를 중심으로 사회봉사 활동에 서슴없이 나서는 헌정회가 됐으면 한다. 회원들로 하여금 각자 자신의 재능을 등록하도록 하고 이 등록부를 공개해 필요한 단체나 개인이 헌정회에 재능기부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세상에는 결혼을 앞둔 처녀총각이 마땅한 주례가 없어 주례를 찾아다니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헌정회원만한 주례감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쉽지 않은 의견을 제시했다. 한두 사람의 의견으로 헌정회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 적절한 기회에 난상토론의 기회를 만들어 좋은 의견을 집약해 훌륭한 헌정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고 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예산 타령만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또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시작하다 보면 무슨 수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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