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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마·을·탐·방 <33> 분천1리 ‘황목’

2019년 01월 20일(일) 14:40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소천면 분천1리 황목 마을은 36번 국도에서 내려 소천면소재지를 지나 현동천과 석포에서 내려오는 낙동강이 합수하는 ‘합소삼거리’에서 현동역방향으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오지마을 이다.
20년 전만해도 이 마을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황목분교 운동장에 가득했었고 골짜기마다 화전을 일구는 사람들이 많아 제법 큰 규모의 마을이었다.
산림녹화 사업으로 화전을 일구던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이주해 떠나고 이제는 수골과 수안골을 합해 40여 가구가 이 마을 주민의 전부다.
김녕김씨 집성촌으로 이 마을은 지금도 밭농사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으며 약초와 고추농사가 주를 이룬다.
마을 중심부인 다락골과 수안골이 만나는 지점에 서낭당과 마을 회관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으며 옛 모습 그대로 잘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단합이 잘 되고 있음을 대략 짐작할 수가 있겠다.
또한 엄청난 굵기의 당숲 나무들이 말해주듯 산골 깊은 곳에 위치한 까닭에 황목 서낭당은 일제강점기와 새마을 사업에도 무탈하게 옛 모습 그대로 맥을 이어 왔으며 인근에는 이 마을을 대표하는 침산정이라는 정자 하나가 고풍스럽게 서 있다.
침산정(枕山亭)은 1947년 김이섭 선생이 건립한 정자로 열십자(十)형태의 국내 유일한 건축 구조를 하고 있다.
산을 베고 누워있다는 뜻을 가진 정자의 이름이 말해주듯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마을은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다.
마을의 중심부에 서낭숲이 자리하고 있으며 두 골짜기가 만나는 이곳에서 정월보름이면 마을 주민들이 동제를 지낸다.
아랫마을 수골과 수안골, 황목 등 40여 가구 주민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정성들여 동제를 지내는데 제관을 비롯한 동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금기사항을 지키고 꽁꽁 언 번다지골 계곡물에 깨끗이 목욕을 하고 난 후 제를 올린다.
그렇듯 마을 주민들은 함께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공동체 의식을 지켜 왔던 것이다.
동제를 올리는 동안 아이들은 쥐불놀이를 하다가 제가 끝나면 서낭당 제단에 올린 떡과 과일을 가져다 먹고 소지를 올리기 위해 준비했던 한지를 떼 갔다.
소지용 한지를 가져가 공부를 하면 어떤 시험에도 합격한다는 풍문이 있어 한 번도 일등을 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이날은 기필코 한지를 떼다 공부해보겠노라며 새해 숙원사업을 완수하듯 당집에 가 제단의 음식들과 한지를 떼어 왔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박*호씨는 당시 또래였던 친구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쥐불놀이를 하다 뒷산을 몇 번이나 태웠고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연중행사인양 모두가 불 끄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쥐불놀이는 어른들의 단속을 피해 매년 지속되었다.
이 마을 아이들의 불놀이 못지않게 어른들의 풍물도 빼놓을 수 없는 세시풍속 중 하나로 꼽겠다.
새해가 시작되면 어른들은 풍물패를 결성해 걸립을 했었다.
걸립은 마을에 자금이 필요할 때면 이를 마련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자금을 그냥 거두는 것이 아니라 정초 집집마다 지신을 밟아 액막이굿을 해주고 그 대가로 경비를 마련하는 것이다.
돈이나 곡식을 사정에 따라 각자 형편에 맞게 정성껏 한다는 것이 걸립의 특징이기도 하다.
걸립을 통해 모은 기금으로 정월 보름 동제를 지내고 남은 음식들을 마을 주민들이 함께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부락별 윷놀이가 시작되는데 경쟁심이 대단해 윗마을 아랫마을 할 것 없이 멀리 풍애와 다락골에서도 합류해 온 마을이 어우러져 윷판을 벌였다.
집집마다 가장들은 또 마을 회관에 모여 대동회를 열었고 회의에서는 1년 품값과 품앗이 모둠을 결성하고 마을의 경조사를 위한 국수계가리(혼례계), 상포계가리(상포계) 등 계 돈 탈 순번을 정했다. 온 동네사람들이 정성을 다해 풍년을 기원하고 두레와 품앗이처럼 공동체의식을 소중히 여기며 새해를 맞이했던 황목 사람들의 옛이야기는 그저 이야기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제 오지마을 황목도 걸립과 대동회처럼 아름다운 미풍양속은 사라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정월보름 서낭당 동제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맥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나마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봉화문화연구회 류 명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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