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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마·을·탐·방 (55) 수줍은 각시골 이야기 춘양면 소로리 객시골

봉화문화연구회 박 대 훈

2019년 07월 07일(일) 15:10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마을입구 안내표시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마을 전경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목필균의 “6월의 달력”이란 시이다.
6월의 달력에 남아있는 날자가 며칠 남지 않은 6월의 오후, 따가운 햇살을 등허리로 받으며 오지마을이란 이름의 마을을 찾아 나섰다.
‘춘양면 소로2리 객시골’.
방전삼거리에서 울진 가는 36번 국도를 따라 얼마를 지나 방향을 좌측으로 틀면 철다리 밑으로 소로리 가는 길이 나있다.
비교적 넓은 들의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소로2리 중심마을인 관석마을을 가로질러 옛 보부상들이 다니던 흑석동 가는 도로를 따라 1km 쯤 더 가면 객시마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있다.
국도를 벗어난 지 꼭 4km의 거리다. 거기서 다시 골짝길을 한참을 들어가니 길옆 나무사이에 판자로 만들어진 성황당이 정문 초병처럼 서있고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넓지 않은 계곡에 집들도 한두 채씩 뛰엄뛰엄 보인다.
수줍어 숨어있는 각시처럼 마을이 생길 것 같지도 않은 작은 골짜기다.
운반수단이 빈약하던 시절에 농토가까이 집을 짓고 살다보니 마을이 된 것 같은데, 요즘은 귀농귀촌이 일반화 되다보니 이 골짜기까지 귀촌가정이 세집이나 된다고 한다.
마을 중간지점쯤에 사시는 정성근(78세)씨는 여기산지 70년이 다 되어 간다.
울진에서 태어나 어릴 때 이리로 왔으며 큰집이 미리 와서 따라오게 되었다.
여기는 소로2리 4반인데 뒷산이 각시봉으로 그것이 변형되어 객시골이 된 것 같다.
빈집 한집까지 열 집이다. 전부 지하수를 파서 각자 쓰고 있으며, 농사는 감자 고추를 많이 하고 사과도 좀 있다. 마을 뒤 골짜기를 넘으면 석현리 미찌골이 나온다.

↑↑ 마을 앞 성황당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마을 앞 성황당은 어릴 때 이 마을에 올 때 거기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지금까지 그곳을 지키고 있다. 마을에 사람이 없어 본인이 계속 당주를 맡아서 모시고 있으며 정월 14일 날 당제를 지낸다고 한다.
지난해 8월에는 종손자의 연결로 TV 조선의 “엄마의 봄날”이란 프로에 출연하여 5일 동안 현지촬영을 해 갔는데 그 덕분에 아내가 허리가 아파 고생했었는데 무료수술을 받아 이제는 아프다는 소리를 안 해서 좋다고 하셨다.
마을 뒤 언덕바지 외딴집 올라가는 길이 넓게 시멘트포장이 잘 되어있어 따라 올라가 보니 마당까지 포장이 되어있다.

↑↑ 들을 지키는 개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언덕길을 오르는 옆 밭가엔 고무 통 안에 개들이 오려낸 곳으로 머리를 내밀고 낯선 사람을 노려보며 마구 짖어댄다. 개들은 원래 집을 지키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요즘은 반려견이라고 집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대접을 받아가며 호의호식하는 귀하신 놈들도 있지만 농촌의 개들은 집에도 있지 못하고 들머리로 쫓겨나와 산짐승을 지키는 팔자로 전락했다.
개 고리도 짤막하게 기둥에 매여 있어 땡볕아래서 더위를 피할 수 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밤에는 또 얼마나 무서울 것인가, 사람들은 인격을 논하지만 개에 대해선 작은 배려도 찾기 어렵다. 견격(犬格)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모습의 개들이 어느 골짜기 어느 들판이고 일반화된 현상이다.
개들이 주인을 살린 이야기도 더러 있지만 사실 개만한 충복도 없다.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서 배신자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주인에 대한 충성은 절대적이다.
아침 출근하는 주인한테 걷어차이고도 퇴근할 때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역시 집에서 기르는 개밖에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온갖 나쁜 것은 몽땅 개한테 덮어씌운다. 개떡, 개새끼, 개살구 등, 심지어 개 같은 년까지,
언덕바지 외딴집 주인은 아주머니 혼자 산다고 하는데 집 올라가는 길포장을 한 것은 로비를 할 형편은 아닌 것 같고 나라가 잘 살아서 그렇다는 말 밖에 달리 설명이 안 된다.
아낙이 밭에서 무슨 일인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지난해 심었던 고추 글턱에 비닐을 걷지도 않고 감자를 심고 그 사이골에다 또 콩을 심었다. 그래도 작황은 괜찮은 편이다. 혼자 사노라니 궁여지책이겠지만 뭔가 절차가 생략된 느낌이다.
골짜기 길옆 맨 마지막집, 대구에서 온지 13년 됐다는 70세 된다는 아주머니는 몸이 아파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때는 귀촌이란말도 없을 때이다. 이곳에 조그만 헌집이 있어서 그걸 사서 새로 지어 살고 있다.
집터를 보러 와서 뒷산에 올라가 쉬고 있는데 남편이 “당신 얼굴에 혈색이 달라 보인다”하더란다. “여기 공기가 좋은가 바요” 집 마당가에는 커다란 돌배나무가 한그루 서있고 맛은 무척 시다고 한다. 봉화에서 평화를 찾은 것 같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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