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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처럼, 여름날 느린 낭만 ‘창마전통문화체험마을’

자연을 벗 삼아, 옛 정취를 따라 천천히 거닐고픈 아름다운 마을
노봉고택, 솟대거리, 소나무길, 물야초등학교 숲… 구석구석 숨겨진 명소 따라 마을 한 바퀴

2021년 08월 01일(일) 19:15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바야흐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에어컨 바람 아래 있는 게 가장 시원하다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더위를 핑계 삼아 먼 곳으로 떠난다. 그만큼 여름이 여행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기 때문이리라. 치열하고 복잡했던 일상을 뒤로하고, 여기서만큼은 세상 게으르게 쉬어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그런 곳을 찾고 있다면, 오늘 소개할 이곳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느긋하고 평온한 여름날의 낭만이 흐르는 ‘창마전통문화체험마을’을 소개한다.

↑↑ 솟대거리 아래 제주도 소나무 씨앗으로 조성됐다는 소나무길.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창마전통문화체험마을’동쪽 입구에서 만나는 솟대거리.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느릴수록 좋은 마을, 타박타박 걸으며 만나다
첩첩산중, 바다도 강도 없다. 오로지 사방엔 산이다. 북쪽엔 노방산, 동쪽으로 문수산, 서쪽의 봉황산과 남쪽의 만석산까지 창마마을은 그야말로 산자락에 폭 안긴 듯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처음 마을을 마주한 인상은 아늑하고 포근했다. 산으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구릉지 위에 논밭이며 기와가 그대로 보존된 고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양이 정겨웠다.
마을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연코 산책이다. 고택과 돌담이 잘 보존되어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 도는데 1시간이면 족하지만, 구석구석 숨겨진 스팟이 있어 그보다 더 시간을 넉넉히 잡을 것을 권한다.
반나절이나 한나절도 좋고, 아예 고택에서 하룻밤 묵어가며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도 추천한다.
자연을 벗 삼아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만끽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으니 말이다. 자, 그럼 이제 함께 마을을 거닐어보자.

◆고즈넉한 노봉고택과 마을의 영광 간직한 솟대거리
산책은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노봉고택에서 출발한다. 이곳은 풍산 김씨 입향조인 노봉 김정(盧峯 蘆峯) 선생의 후손들이 300여 년 전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고택 입구의 노봉정사에는 멋들어진 현판이 걸려있는데, 이는 한석봉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미음(ㅁ)자 구조의 본채가 있는데, 이곳 사랑방 앞마당에 들어서면 의외로 잘 가꿔진 정원을 만날 수 있다.
고택에는 현재 아무도 살고 있지는 않지만, 후손이 살뜰히 돌보고 있어 꽃과 나무를 비롯해 서양식처럼 잔디밭과 조각상이 있는 정원이 잘 관리되고 있다. 정원은 소박하면서도 기품있는 고택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차라도 한 잔 마시며 내다보고 싶은 풍경이었다.
길을 따라 동쪽 마을 입구로 내려오다 보면 붉은 기둥과 만나게 되는데, 바로 이곳이 ‘솟대거리’다.
그런데 이 솟대, 어딘가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솟대 끝에 흔히 보는 새 대신 푸른 용이 앉아있다. 솟대 옆 안내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문중에서 소과와 대과 합격자 등이 교지를 받을 때마다 솟대를 세웠던 거리’라고 말이다.
심지어 그 인원이 꽤 대규모다. 소과 41명, 대과 10명, 음직 45명, 수직 7명, 증직 8명으로 무려 111개나 되는 솟대가 세워졌었다고 한다.
한 마을에 100명이 넘는 관직자가 배출됐다니, 과연 자랑스레 후대에 전할 만하다 싶었다.
풍수와 기운이 좋은 땅에 훌륭한 인물이 난다고 했던가. 봉황이 오동나무에 깃든다는 뜻의 ‘오록(梧麓)’이라는 옛 지명이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 ‘창마전통문화체험마을’의 아름다운 돌담길 모습.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마을 한가운데 소박한 정원과 함께 잘 관리된 노봉 고택.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제주도에서 온 씨앗 하나, 울창한 숲이 되다
한편 이 마을에는 재미난 별명도 있다. 바로, ‘내륙의 제주도’. 병풍 같은 산으로 둘러싸인 이 산골 마을이 어째서 제주도와 비견되는지, 궁금증을 한가득 안고 도착한 그곳에 이미 해답이 있었다.
바로, 무심코 지나쳐온 돌담이 그 주인공이다. 언뜻 현무암처럼 보이는 거무스름한 색의 돌담이 자아내는 느낌이 마치 제주도 같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라는 거였다.
제주와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풍산 김씨 망와공파의 15대 후손이자 망와고택의 김기홍 대표는 나를 솟대거리 아래의 소나무길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소나무의 고향이 바로 제주도입니다.” 선생의 이야기에 따르면 1696년 노봉 김정 선생이 마을에 터를 잡을 당시, 풍수지리를 보완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소나무 씨앗을 가져와 숲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하고 많은 소나무 중에 하필 제주도 소나무일 이유가 있었을까? 일부 향토사학자들에 의하면 노봉 선생이 아니라, 선생의 사후에 제주도민들이 그의 치적을 기리며 직접 심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노봉 선생이 제주 목사로 부임한 때가 1735년인데,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목사로 제주도민들에게 회자되고 있으니 말이다.
소나무길의 기원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120m에 이르는 이 울창한 숲의 시작이 먼 타지에서 온 씨앗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뭉클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숲을 즐기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소나무를 따라 조금만 더 아래로 내려가면,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는 ‘학교 숲’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물야초등학교의 숲이다.

↑↑ 소나무길을 따라가면 만날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학교 길 중 하나인 물야초등학교 입구의 숲.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지난 2001년 산림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 숲’에 뽑힐 당시, 물야초등학교 숲은 1.4ha 면적에 200~300년생 소나무 80여 그루와 50~150년생 소나무 110여 그루, 느티나무 및 향나무 등 528그루가 보존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수십 년 전 물야초를 다녔다는 김기홍 대표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원래 여기는 커다란 숲이었습니다. 학교를 지을 당시 이 숲이 너무 아까워 최대한 숲의 원형을 보존해 지었죠. 그래서 나무와의 추억이 많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야외교실을 차려 놓고 수업했던 거라던가, 운동장의 향나무를 개선문 삼아 놀았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죠.”
그의 추억담을 들으며 천천히 둘러보자니, 그 가치가 더욱 마음 깊이 다가왔다.
오늘날까지 숲을 가꾸고 보존해온 선조들의 그 마음이 후대에도 이어지기를, 그리하여 늘 푸른 소나무처럼 이곳 창마마을의 아름다움이 변치 않기를 바라며 느린 산책을 마쳤다.

■ 여행 정보 ■
창마전통문화체험마을은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오록리에 위치한 마을로, 중앙고속도로 영주IC로 나와 봉화읍 방향으로 약 40분 달리면 닿을 수 있다. 마을 이름만으로는 일부 지도와 내비게이션에서는 검색이 어려울 수 있으니 ‘물야초등학교’를 목적지 삼아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마을 내 식당, 편의점 등 상업시설은 전무하니 가급적 식사 등 먹거리는 외부에서 해결하는 것을 권장한다. 만일, 마을에서 하룻밤 묵어가고 싶다면 ‘망와고택’을 추천한다. 200년 전 지어진 고택이지만 손님맞이를 위해 방마다 화장실, 에어컨 등은 물론이고 야외 바비큐장 등 깔끔한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어 숙박에는 불편함이 없다. 게다가 김기홍 대표와 그의 어머니가 베푸는 푸근한 정과 따뜻한 인심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으니, 소박하고 정겨운 옛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이라면 만족할만한 선택이 될 것이다.
비수기 평일 기준 1박 8만 원부터 12만 원까지, 예약은 전화 010-8292-2848(김기홍 대표).
<글·사진>여행칼럼니스트 안소정 onsenwha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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