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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을 마지막 보내면서

2018년 05월 27일(일) 13:41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 홍 승 한 - 前 봉화군 기획감사실장

ⓒ 봉화일보 인터넷뉴스

계절의 여왕이라는 일년 중 가장 아름답고 포근한 5월!
사랑하는 연인에게 안겨보고도 싶은 따뜻한 계절에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까지 다 보내면서 나는 무엇을 하며 보냈나 하는 죄책감에 몸과 마음의 무거운 짐을 벗어놓질 못했다.
어머님 날 낳으시고 아버님 날 기르시니 두 분 아니셨으면 이 몸이 살았을까 부모님의 깊고 깊은 그 은혜 갚으려 하여도 바다와 같이 넓고 하늘과 같이 높아 가히 없구나.
「나」라는 몸뚱이 하나가 이렇게 성장하여 사회에 나와 활동하기 까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은 어떠한 마음이었을까? 또한 부모님이 얼마만큼의 정성으로 나를 키웠을까? 하는 마음은 내가 자식을 낳고 키운 사람이라면 똑같은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마지막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돌아가신 양가 부모님 전에 어떤 마음으로 글을 올려 볼까 하는 중에 요즘 SNS상에 올라온 글 중에 하나가 나의 심중을 쿵하게 때리면서 뭉쿨하게 하였고 나를 울먹이게까지 하여 이곳에서 함께 공감해 보고자 한다.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공통된 어버이의 마음이 아닐까 해서이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어머님이 물었어요”
“그래 낮엔 어딜 갔다 온거유?”
“가긴 어딜가? 그냥 바람이나 쐬고 왔지!”
아버님은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그래 내일은 무얼 할꺼유?”
“하긴 무얼해? 고추모나 심어야지~”
“내일이 무슨 날인지나 아시우?”
“날은 무신 날!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
“어버이날이라고 옆집 창식이 창길이는 벌써 왔습디다”
아버님은 아무 말 없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당겼지요.
“다른 집 자식들은 철 되고 때 되면 다들 찾아 오는데 우리 집 자식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원~”
어머님은 긴 한숨을 몰아쉬며 푸념을 하셨지요.
“오지도 않는 자식놈들 얘긴 왜 해?”
“왜하긴? 하도 서운해서 그러지요. 서운하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유?”
“어험~” 아버님은 할 말이 없으니 헛기침만 하셨지요.
“세상일을 모두 우리 자식들만 하는지…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자식 잘 못 기른 내 죄지 내 죄야!”
어머님은 밥상을 치우시며 푸념 아닌 푸념을 하였지요.
“어험!! 안 오는 자식 기다리면 뭘 해?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아버님은 어머님의 푸념이 듣기 싫은지 휭하니 밖으로 나가셨어요. 다음날, 어버이 날이 밝았지요. 조용하던 마을에 아침부터 이집 저집 승용차가 들락거렸어요.
“아니 이 양반이 아침밥도 안 드시고 어딜 가셨나? 고추모를 심겠다더니 비닐하우스에 고추모도 안뽑고…”
어머님은 이곳저곳 아버님을 찾아봐도 간 곳이 없었지요.
“혹시 광에서 무얼하고 계시나?”
광문을 열고 들어 갔어요.
거기엔 바리바리 싸놓은 낯설은 보따리가 2개 있었어요. 봇다리를 풀어보니 참기름 한병에 고추가루 1봉지 또 엄나무 껍질이 가득 담겨 있었지요.
큰아들이 늘 관절염 신경통에 고생하는걸 알고 준비해 두었던 것이지요.
또 다른 보따리를 풀자 거기에도 참기름 한병에 고추가루 1봉지, 민들래 뿌리가 가득 담겨 있었지요. 작은 아들이 늘 간이 안 좋아 고생하는 걸 알고 미리 준비해 두셨나 봐요.
어머님은 그걸 보시고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언제 이렇게 준비해 두셨는지…엄나무 껍질을 구하려면 높은 산엘 가야 하는데 언제 높은 산을 다녀 왔는지… 요즘엔 민들레도 구하기 힘들어 몇 일을 캐야 저 만치 되는데… 어젠 하루 종일 안 보이시더니 읍내에 나가 참기름을 짜 오셨던 거지요.
자식 놈들이 이 마음을 알려는지… 어머님은 천천히 발을 옮겼어요. 동네 어귀 장승백이에 아버님이 홀로 앉아 있었지요.
구부러진 허리에 초췌한 모습으로 저 멀리 동네 입구만 바라보고 계셨어요. 어머님은 아버님의 마음을 잘 알기에 시치미를 뚝 떼고, “아니 여기서 뭘 하시우? 고추모는 안 뽑구?”
“……”
“청승 떨지 말구 어서 갑시다. 작년에도 안오던 자식 놈들이 금년이라구 오겠수?”
어머님이 손을 잡고 이끌자, 그제서야 아버님은 못이기는 척 일어 났지요.
“오늘 날씨 왜 이리 좋은기여? 어서 가서 아침 먹고 고추모나 심읍시다”
“……”
아버님은 아무 말없이 따라 오면서도 자꾸 동네어귀만 처다 보셨지요.
“없는 자식 복이 어디서 갑자기 생긴다우? 그냥 없는 듯 잊고 삽시다”
“험험”
헛기침을 하며 따라오는 아버님이 애처로워 보였지요. 집에 돌아와 아들 오면 잡아주려고 애지중지 길러왔던 씨암탉을 보고…
“오늘은 어버이 날이니 우리 둘이 씨암탉이나 잡아먹읍시다. 까짓거 아끼면 무얼하겠수? 자식 복두 없는데…”
“……”
아침 밥상을 차리면서 “오늘은 고추모고 뭐고 그냥 하루 편히 쉽시다. 괜히 마음도 안 좋은데 억지로 일하다 병나면 큰일 아니우? 다른 집들은 아들, 딸들이 와서 좋은 음식점에 외식이다 뭐다 하는데… 우린 씨암탉 잡아 술이나 한잔 합시다”
“험험…” 그때였어요.
아침상을 마주하고 한술 뜨려 하는데, “아브이 어므이~” 하면서 재너머 막내 딸과 사위가 들이 닥쳤지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심하게 저는 딸이라 늘 구박만 주었던 딸인데, 사위랑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헐레벌떡 들어 왔어요. 깜짝 놀라며~!
“아니 니가 어떻게… 제 몸 하나 잘 가누지 못하는 니가 어떻게 왔니?”
“어므이 아브이!! 오늘 어브이날이라 왔어. 아브이 좋아하는 쑥 버무리 떡 해가지고 왔어”
그러면서 아직 따끈따끈한 쑥 버무리 떡을 내 놓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 아침에 어떻게 이 떡을 만들었니?”
“저이하고 나하구 오늘 새벽부터 만들었어. 맛이 있을런지 몰라 히히”
“이보게! 박서방!! 어떻게 된건가?”
“네! 장모님 저사람이 어제부터 난리를 쳤어요. 장인 어른께서 쑥버무리 떡 좋아하신다고 쑥 뜯으러 가자고 난리를 치고, 또 밤새 울거내고 새벽부터 만들었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을 흘리고 왔어? 천천히 오지?”
“저 사람이 쑥 버무리떡은 따끈할 때 먹어야 맛있다고 식기 전에 아버님께 드려야 한다고 뛰다시피해서 가지고 왔어유~”
“에이구 몸도 성치않은 자식인데…”
소아마비로 인해 딸이 몸이 성치 않아 몇 년전 한쪽 다리가 불구인 사위를 얻어 시집을 보냈던 딸이었지요.
언제나 어머니 마음 한구석에 아픔으로 자리했던 딸이었기에 그저 두 내외 잘 살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지요. 어느 사이 어머님의 눈가엔 눈물이 배어 나왔어요.
“참! 아브이 어므이 이거!!” 하면서 카네이션 두송이를 꺼내어 내미는 거였지요.
“저이가 어제 장터에 가서 사왔어! 이쁘지? 히히”
“내가 달아 드릴께!!” 하면서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주었지요.
“아브이 어므이 오래오래 살아야돼!! 알았지? 히히”
“그래 알았다 오래 살으마!! 너희들도 행복하게 잘 살아라!! 박서방 정말 고맙네!!”
“아니에요 장모님!! 두 분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유”
“그려 그려 정말 고맙네!!”
“아브이 어므이 어서 이 쑥떡 먹어봐!! 맛이 어떨런지 몰라 히히”
“그래 알았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쑥 버무리떡을 입에 넣으며 목젖이 울컥하는 것을 느꼈지요.
눈가엔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애써 참으며…
“그래 참 맛있구나!! 이렇게 맛있는 쑥떡은 처음 먹어 보는구나~ 당신도 그렇지요?”
“흠흠 으응…”
아버님은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셨지요.
“참!! 술 술”
사위가 잊었다는 듯 보따리에서 술병을 꺼냈어요.
“이거 아브이 어므이 드린다구 박서방이 산에서 캔 산삼주야. 작년에 산에 갔다 캤는데, 팔자구 해두 장인어른 드린다고 안팔구 술 담은거야”
“박서방이 산삼을 캤구먼”
“네! 작년에 매봉산에서 한뿌리 캤시유”
“에구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산삼주를 받아든 아버님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지요.
“평생 홀아비로 늙어갈 몸인데, 저렇게 이쁜 색시를 주셔서 넘 고마워유”
“무슨 소린가? 몸도 성치않는 자식을 받아 준 자네가 고맙지!!”
“아녀유? 저한테는 너무 과분한 색시구먼유”
“그려 그려 앞으로도 못난 자식 잘 부탁하네!!”
“장인장모 어르신 오래오래 사세유~”
아버님은 눈시울이 뜨거워 더 이상 앉아있지 못하고 슬며시 일어나 나가셨지요.
병신자식이라 불쌍하게만 여겼지, 아들처럼 공부도 안 시키고 결혼식도 안 올리고, 그냥 시집을 보낸 딸 자식이었는데…
그저 시집보냈으니 있는 듯 없는 듯 신경 안 쓰던 그 자식이 어버이 날이라고 이렇게 불쑥 찾아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요.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쑥 버무리 떡을 밤을 새워가며 해가지고 올 줄이야…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떡을 먹어 본적이 있었던가?
무엇이든 아들 형제만 주려고 생각했지, 병신 딸은 언제나 안중에 없었지요. 행여 병신자식이라고 업신여겼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어요.
불구의 몸이지만, 딸의 마음이 저렇게 깊은 줄 이제서야 알았지요. 아들들 때문에 서운했던 마음이 딸로 인해 풀어졌어요.
먼 아들보다 가까운 딸 자식이 소중한 것을 그때서야 알았어요.
그러면서 가슴 저 깊은 곳이 아려 왔지요. 정말 딸자식이 고마웠어요. 아니 많이 미안했지요.
한참 뒤 밖에서 씨암탉 잡는 소리가 들렸어요. 잘난 자식들 줄려고 키웠는데, 못난(?) 딸자식 줄려고 잡나 봐요.
“우리 귀한 사위 줄려고 장인어른이 씨암탉 잡나보네”
“어이구 황송해서 어쩌지요? 장모님?”
“아닐세 자네는 씨암탉 먹을 자격 충분하네!!”
“장모님 고마워유”
옛 말에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몸도 성치 않은 딸자식이 진정한 효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효(孝)라는 것을 몇 가지로 정해서 말할 수는 없겠으나 품안의 자식인 것처럼 살아생전의 효가 진정한 의미의 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자 10회훈(悔訓) 중에서도 불효부모 사후회(不孝父母 死後悔)가 으뜸이듯 부모님 살아생전에 효도하지 못하면 돌아가신 후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말이다.
한시외전(漢詩外傳)에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라는 말이 있는데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질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시질 않네라는 말과 같이 부모님은 살아생전 잘 모셔야 그것이 효도이지 사후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일게다.
현대판 고려장인 요양원이 세계에서 가장 번성하고 있는 요즘 동양의 미풍양속은 이제 저 멀리 꿈나라의 얘기로 들리고 있으니 말이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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